3. 거제면

조선 400년 거제현 숨결, FDA 청정해역 바다굴의 본향 — 억만 송이 국화가 거제면 가을을 물들이다

글쓴이: 前)거제시의회 7대 의장 潘大植
본문 작성일: 2025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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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거제면은 한국 근대사의 파도와 조선 왕조의 긴 호흡이 교차한 땅이다. 임진왜란 이후부터 조선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이곳은 400년간 거제현의 치소(治所)로서 민생과 행정을 책임지던 중심지였다.

거제면은 조선왕조 중·후반기 정치·행정·교육·문화의 거제도 역사를 기록하고 백성을 다스리던 고을이었다.

지금도 옥산금성, 기성관, 질청 등의 옛 관아가 현존하는 곳이다. 또한, 1771년 거제현에서 거제도호부로 승격 이후, 죽림포에 조선수군의 수진군기고(군기ㆍ선기보관소)가 설치되면서 죽림포에 거제8진의 하나인 죽림진이 설치되었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길 위에는 선조들의 발자취와 함께 400년 시간이 포개져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우암 송시열 유배생활 자취와, 그가 후학을 가르치며 학문을 닦던 반곡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원림과 학문이 공존하던 조선시대 유생의 현장이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청소년과 우리 시민을 위한 인문학당으로 되살릴 가치가 있다. 그리고 김정희 추사체의 맥을 이어온 거제면 출신 서예 대가인 성파 하동주 선생과 만인의 가요 두만강 노래의 작사가 이시우 선생의 두 분 예술 문화유산도 계승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지나갔지만 박물관 안에 갇혀 있지는 않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다시 숨 쉬며, 지역의 자긍심으로 자자손손 이어져야 한다.

거제면의 또 다른 정체성은 수산자원이다. 그중에서도 바다굴 산업은 지역의 생명줄이다. 거제만 일대는 미국 FDA가 지정한 청정수역으로, 수출용 패류 생산해역 관리체계를 엄격하게 완비한 바다 구역이다. 이 청정 해역은 단지 수산업의 생산기반이 아니라, 그동안 지역민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온 생명의 밧줄이다.

굴 양식은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이자 계절의 역사다. 초겨울 바다에서 수확한 굴이 식탁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 어민의 손끝에는 세대를 잇는 기술과 정성이 녹아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전통을 새로운 시대의 산업관광 자산을 제대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바다굴 미식주간’을 지정해 어민, 셰프,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열고, 산지 체험·가공·유통을 연결하는 ‘바다굴 테마로드’를 조성한다면 거제면은 ‘굴 소비와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가을이 되면 거제면은 또 다른 진풍경으로 바뀐다. 들판과 해변이 꽃의 바다로 변하는 섬꽃축제는 이 지역의 걸작품이다. 억만 송이 국화가 바람 따라 일렁이는 장면은 한 폭의 수채화로 연출되고 함께 자리한 아열대 정글돔은 사계절 푸른 생명력을 보여준다.

정글돔은 단순한 식물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거제의 미래 산업—기후대응형 도시농업·식물치유산업의 시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아열대 정글돔과 섬꽃축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사계절 정원도시 거제면’의 새로운 브랜드로 확장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산달도 연륙교 개통은 거제면의 지형적 생태를 바꿔 놓았다. 섬이 육지와 이어지면서 어촌뉴딜·신활력 사업으로 정주 여건과 관광 인프라가 활기차게 조성되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이제는 이 교량을 중심축으로 ‘환상바다길’을 완성해야 한다. 산달마루 문화광장—해안데크—전망포인트로 이어지는 이 길은 바다와 사람, 섬과 육지가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루트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하루 더 머물고 싶은 산달도”를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거제면의 미래 비전은 화려한 도시풍이 아니라, 역사와 생태, 사람이 공존하는 자연순환형 모델이다. 조선시대 치소의 흔적을 고증하여 복원하고, 우암 송시열의 유배지와 반곡서원을 잇는 인문학 로드를 의미 있게 조성하고, 굴 껍질은 비료와 경관 소재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순환경제’를 실현한다면 성공한 시책으로 평가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플라스틱 제로 축제, 탄소저감형 어업, 청년 어촌 창업지원센터 같은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진하여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어민과 청년, 상인, 예술가는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이익을 함께 나누는 공진화 협동의 생태계— 그것이 바로 거제면민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협력과 성장 없이는 어떠한 개발도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가 없다.

조선의 숨결이 깃든 성벽 위로 가을 하늘은 높아만 간다. FDA가 지정한 청정해역의 푸른 바다 위에서 굴 양식장 부표가 햇살을 반짝이고, 파도가 출렁일 때 정글돔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환하게 울려 퍼진다. 거제도 가을 하늘엔 뭉게구름 떠가고 국화 향기를 따라 거제면 가을은 물들고 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은 거대한 개발 계획이 아니다. 이러한 일상의 아름다움이다. 거제면은 오늘도 바다와 들판, 사람과 꽃으로 완성되는 대한민국의 목가적 전원도시로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뚜벅뚜벅 행진하고 있다.

*거제도와 거제면을 사랑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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